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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커미션 백업/프로필&문답&타로

About Them

*본 글에는 드림캐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다분합니다. 하지만 뭇 드림이란 선동과 날조의 맛으로 먹는 게 아니던가요?

*약간의 욕설과 성적인 암시/주변인의 사고, 자살 등의 내용을 함유하고 있사오니 불편하시면 주의 부탁드립니다.

 

1. 세계관 소개

 

​H력(歷).

무력에 의한 전쟁은 근절되었다…

다툼은 무력이 아닌 사람의 정신에 간섭하는 특수한 마이크로 바뀌었다.

그 이름은 [히프노시스 마이크]

이 마이크를 통한 리릭(Lyric, 가사)은 교감 신경, 부교감 신경에 작용하여 여러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랩으로 우열을 가린다.

남성은 중왕구(中王区)외의 신주쿠・시부야・이케부쿠로・요코하마 디비전 등의 구획에서 생활하게 된다.

각 디비전의 MC그룹이 배틀을 하여 승리한 구역은 정해진 만큼의 다른 영토를 획득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췌.

 


2. 각자에 대한 소개

 

​入間銃兎(이루마 쥬토)


“리스크를 부담할 용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는 인생이 된다.”

“He who is not courageous enough to take risks will accomplish nothing in life.” ―​Muhammad Ali​


  소중한 가족을 앗아간 교통사고의 원인이자 존경하던 선배이자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불법 약물을 근절시킨다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요코하마서 조직범죄대책부 순사부장(한국의 경사에 해당). …하지만 야쿠자와 가까이 지내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덕경찰. MAD TRIGGER CREW에서는 참모 포지션을 맡고 있다.

  일견 예의바르고 신사적인 것 같지만, 기회만 생기면 남을 비꼬고 성질을 돋우는 게 특기인 자칭 사디스트로 이러나저러나 썩 좋은 성격은 아니다. 말하자면 재수없는 타입. 평소에는 차분하고 존댓말이 기본이지만 수틀리면 입이 꽤나 험해진다. 하지만 중재역을 맡거나 조언을 주는 일도 많고, 생각보다 인망도 좋은 건실한 인물. 남을 돌보는 데도 생각보다 능숙한 편이다.



水瀬有栖(미나세 아리스)


“위기 속에서 위험을 경계하되, 기회가 있음을 명심하라.”

“In a crisis, be aware of the danger ―but recognize the opportunity.” ―John F. Kennedy


  한 때 유복한 가정의 외동딸이었으나, 한순간에 가세가 기울어버린 ‘아가씨’. 현재 로컬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중이며, 입시생이나 취미생의 개인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대학 시절 락밴드 활동의 인연으로 심포닉 락을 하는 선배의 밴드에 클라리넷이나 색소폰 세션으로 종종 참여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칠전팔기로 성실히 살아가는 어른스럽고 책임감있는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종종 덜렁거리는 면을 보이기도 하고, 자존심이 강해 놀리면 바로 성질을 부리는 등 유치한 면도 있다. 기는 약하지만, 울더라도 어떻게든 자기 할 말은 해야 속이 풀린다.​ 좋아하면 잔소리하며 챙겨주는 츤데레 스타일에, 사실은 안겨있기를 좋아하며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아가씨.

 


3. 두 사람의 관계는?

 

 

아리스. 당신이…쿨톤, 이라고 해서 당신에게 잘 어울릴만한 은팔찌를 준비했습니다.
…어머. 쥬토 씨는 너무 부패하신 나머지 수갑이라는 단어도 모르시나 봐요.
한 번 시착해 보죠. …좋아요. 아주 잘 어울리는군요. 사이즈도 딱이네요.
당신 미쳤어요?!?!?!!!

 

 

#1 이런 관계 흔치 않습니다

 

토끼 굴로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하지만 그래도 이게 더 재미있어.

 

  마치 시계토끼의 꾐에 넘어가 무시무시한 세계에 떨어진 앨리스와도 같다. 일견 ‘왜/어떻게 사귀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틱틱거리는 사이. 보통 쥬토가 먼저 시비를 걸면 아리스가 반박하며 받아치는 관계. 상냥하고 사람의 좋은 점을 먼저 보는 아리스에게 ‘최악’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 영광도 없다며, 블루오션 개척에 기뻐하는 쥬토의 모습은 아리스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사실 쥬토도 자신이 연인으로서 좋은 인물이 아니라는 자각은 있고, 아리스도 종종 ‘어쩌다 이런 골때리는 인간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그의 리비도는 자신에게 하나하나 반응하고 반항하는 아리스를 보며 꽃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라면 재미있긴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연인인 이유가 있다면 첫째, 사실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서(아리스도!)이며, 둘째, 사실 서로만큼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리라. 더구나 매일 소모적이고 하찮은 논쟁을 벌이는 것 같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죽도 잘 맞는다. 둘 다 자존심이 강해 서로 먼저 기대라고 하고 자신은 가만히 있지만, 이러나저러나 실은 신뢰가 쌓여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 종종 쥬토 쪽이 과보호를 하는 것도 같지만, 아리스는 그마저도 그러려니 하는 듯하다. 어쩌면 즐기는지도.

 


 

#2 잃기 싫다면 처음부터 만들지 않으면 돼

  쥬토는 더는 소중한 이를 만들고 싶지 않아했다. 그의 인생은 가히 상실의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부모님도, 경찰이 된 자신을 이끌어 준 존경하던 이도…충분히 잃었다. 더구나 경찰이 되고서야 정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꽤 많이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정의? 그런 게 있었으면 경찰도 필요 없겠지. 그렇게 정의감에 불타던, 순진한 소년도 잃었다. 그래. 소중한 것, 지켜야 하는 것이 있으면 귀찮아질 뿐이다. 오로지 마약 근절. 근원이 되는 조직의 궤멸. 그것만 바라보자. 그것이 나의 애도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연애? 남들 다 하니 해 보긴 했지만 솔직히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적당히 ‘연인’이라는 역할놀이나 하며 서로 어른의 재미나 보면 됐지. 더군다나 이렇게 나오니 당연히 상투적이라느니, 돈이면 다 되는 줄 안다느니,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며 다 차일 수밖에. 합당한 결별 사유임은 인정하지만, 사실 쥬토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애정을 어떻게 주고받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거니와 사디스트니 뭐니 한 것도 괜한 말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상식적으로 남 괴롭히며 쾌락을 느끼는 변태새끼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숨기고 사는 것도 지친다. 이렇게 살아봤자 서로에게 불만족스럽기만 할 뿐이다. 모르겠다, 이제는 연애도 관두자. 해 봤자 생각보다 기분 좋지도 않고…이제 일에나 찌들어 사는 거지 뭐. 그런데 저 여자는 누구지? 미인에, 꽤 취향인데…. 우연찮게 몇 번 보게 되니 한 번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어진다. 리스크를 무릅쓰지 못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딱 한 번만 더 해 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쥬토는 일단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늘 그랬듯 적당히 재미나 보자며 시작한 관계이건만, 계획이 자꾸 틀어지고 만 것이다. 당연히 본인처럼 할 건 다 해 본 아가씨라고 생각했건만 지금 보니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쭈뼛거리는 것이 남자 손도 못 잡아본 것 같다. 내가 어떤 놈인지나 알고 훌륭한 경찰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너무 사람이 허술하고 순진해서 이 흉흉한 거리에서 무슨 일이라도 터질까 괜히 또 걱정은 된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험한 곳을 겁도 없이 태연하게 뽈뽈거리는 모습을 보니 괜히 신경질이 나 무심코 날선 말을 던져버렸다. 그러자 죄송하다며 쩔쩔맬 줄 알았는데 그 태도가 잘못됐다며 화를 내고 자기 할 말은 또 다 한다. ‘말씀하신 것도 다 이해하고, 걱정해 주시는 마음은 감사합니다. 앞으로 유의하겠습니다. 하지만…그렇게 세상물정 모르는 거 아니에요, 저.’, 라. 아주 온화하고 느긋한 성품에 세상물정 모르고 괜시리 짜증이 일 정도로 착한, 캔버스 위에 곱게 그려낸 완벽한 ‘아가씨’인 줄로만 알았더니…. 심지어 어느 정도 호감을 확인하고 교제 가능성도 보이는 남성에게 관계가 틀어질 리스크고 뭐고 신경쓰지 않고 화를 낸다? …재미있다. 이렇게 되니 다른 표정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우아하고 정제된 분노가 아닌 날것의 분노가 보고 싶다. 우는 얼굴을 보고 싶다. 그리고…. 쥬토는 계획을 수정했다.

  이제 쥬토는 거리낌없이 미나세 아리스의 신경을 돋우기로 했다. 역린은 건드리지 않고 적당히 말장난 치는 정도로. 그러자 점점 남들은 모르는 아리스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제 말 하나 행동 하나에 반응하고 반박하는 것도, 가끔 엉뚱한 행동으로 자신의 허를 찌르는 것도, 입으로는 싫다면서 웬만한 건 다 따르는 것까지 재미있다.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니 나도 머리가 단단히 돈 모양이다. 역시 당신도 자각이 없을 뿐이지 ‘그 쪽’인 거지? 너무 괴롭히기만 해도 좀 그러니 예전에 연인 놀이를 할 때 해 본 일들도 같이 해 본다. 분명 꽤 많이 해 본 일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지? 이런 건 안 해 봤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이 손 많이 가는 허당 아가씨를 챙겨주는 일까지 꽤 보람차다. 그러면서 온갖 함정을 파 두고, 서서히 스며들도록 하는 완벽한 계획을 짰다 생각했건만…다 잡은 것 같은데, 다 가졌다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결정적인 순간마다 손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녀를 보며 초조해진다. 어쩌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쥐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입버릇이 되어버린 ‘나 없이 어떻게 살려고’는 ‘당신 없이 어떻게 살까’의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절대 이럴 생각 없었는데. 아니, 애초에 내가 이런 게 가능한 인간이었냐고.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아도 되는 건가. 거기다 올곧은 아리스를 보고 있자니 괜히 나까지 바르고 좋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제 상처를, 비틀림을 마주해도 그녀는 도망가지 않는다. 그래, 지독한 어둠이 드리운 망망대해에서 등대를 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쥬토는 문득 생각했다. 이 여자 놓치면 내 인생은 진짜로 좆된다. 어떡하냐. 나 이 사람 사랑하나 보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된다. 소중한 것 따위는 만들지 않겠다 결심했건만…덜컥 생겨버린 것이다. 잃고 싶지 않다. 지키고 싶다. 이제 나는 힘이 있다.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아. 왕자는 절대 못 되는 인간이 왕자 노릇…비슷한 걸 하려니 영 좀이 쑤셨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악덕 경찰이란 놈이 자기같은 왕자님을 만나 행복해질 수 있었던 착한 공주님에게 누명을 씌워 냅다 투옥시켜버리고는 괴롭히고나 앉아 있으니, 그 경찰이란 새끼는 최소한 그 공주님의 앞날을 조져버린 데 대한 책임을 져야만 했다. 세상은 그리 동화같지만은 않기에 더더욱.




#3 나는 사실 그렇게 강하지 않음에도

  아리스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본인은 절대 처음부터 부유하지 않았음을. 여섯 살까지 평범하게 작은 아파트에 살다 갑자기 아버지는 기쁘게 웃으며 자신을 번쩍 들어올렸다. 어머니는 평소에는 볼 일 없던 큰 케이크를 잘라 아리스 몫으로 놓아주었다.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한 아버지는 아리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관련된 사업을 벌리고 계셨고, 그것이 크게 성공했다는 모양이었다. 그 날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고급 맨션으로 이사를 가고, 영어, 피아노, 클라리넷, 발레, 컴퓨터와 같은 온갖 것들을 배웠다. 뭔가를 해내면 아이들은 자신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아리스를 칭찬했다. 부모님은 기뻐했다. 그것으로 좋았다. 하지만 교복을 입을 나이가 되니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귀한 집 여식들만 다닌다는 사립학교. 자신이 듣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아이들은 ‘쟤 어차피 졸부 집안이래. 잘난 척 해 봤자지.’와 같은 말을 수근거렸다. 상관 없었다. 그 돈 너희가 직접 벌었니? 너희가 나보다 잘 하는 게 뭔데? 친구? 어차피 아이들 팔 할이 나를 싫어한다. 아무리 돈으로 입막음이 된다는 학교라지만 지금으로서는 선생님한테 잘 보이는 게 훨씬 도움이 됐다. 재미는 책과 컴퓨터에서 찾았다. 그런 아리스가 특히 재능을 보이던 분야는 음악, 그 중에서도 클라리넷이었다. 다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예고에 다니기 위해 필요한 학비를 충당할 수 있을까? 사업이 크게 일어섰다고는 하지만 아버지의 기업은 어디까지나 중소기업이다. 졸부 집안이라 수근거리는 말도 사실임은 알고 있다. 지금의 이 풍요가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낄 때마다 두려웠다. 하지만…지금껏 뭐든 알아서 열심히, 잘 하는 의젓한 딸이었는데 이 정도는 욕심부려도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스는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나 예고에 갈래요.

  그렇게 열심히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다. 괴로웠다. 어머니가 알려주는 노래가, 피아노가 좋아서, 어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이 좋아서 음악을 좋아했는데. 하지만 살아야 했다. 정신적으로 약해진 아버지를 지탱하기도 잠시, 또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전쟁, 불경기, 그리고 이와 맞물린 부도, 파산. 언젠간 찾아올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그 때가 지금이라니. 얼떨떨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며칠을 돌아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며칠이 더 지났을 때였을까. 경찰이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아버지가 목을 매달았단다. 아리스는 상복 옷자락을 구겼다. 원망스러웠다. 세상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고, 해결할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강인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당신’이 말했잖아. 하지만 더더욱 살아야 했다.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집안도 고꾸라졌는데 굳이 클래식을 하려고 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라 수근거리는 말에 아리스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지금껏 해 온 게 아까우니까 한 번이라도 부딪쳐 봐야지. 뭐 안 되면 정말 생전에 아버지가 바랐던 대로 나도 컴퓨터나 만져야 하려나. 못 할 것도 없지. 그렇게 생각할 때, 지원한 음대에서 통지서가 날아왔다. 합격.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차전이다. 이렇게 된 이상 더더욱 물러날 수 없어.

  어른이 된 후에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살았다. 어떻게든 돈을 벌고, 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갖은 일을 하며, 지친 줄도 모를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실은 그런 아리스도 낭만을 꿈꿨다. 어릴 적부터 순정만화를 좋아했다. 아버지 친구 아들이랬나, 정말 다정한 왕자님같은 사람을 절절히 사랑해 보기도 했다. 그가 기뻐할 만한 일이라면 가능한 한 기꺼이 행했지만, 그 결말은 ‘너는 동생일 뿐이야’라는 말 뿐이었다. 그 후로도 별 변화는 없었다. 자기 좋다는 남자들은 얼굴 아니면 잠자리 얘기를 하거나, 요조숙녀를 기대했다 무심하다, 기계 같아서 기분 나쁘다 등의 말을 하며 도망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아리스의 앞에 이상한 남자가 한 명 나타난다. 헛소리를 하길래 당연히 반박한 것 뿐인데 좋아한다. 진짜로 이런 데는 처음 와 봐서 신기한 건데 그것도 좋아한다. 전에 소개받은 남자들은 ‘처음인 게 티나서 부담스럽다’며 도망가던데, 이 이루마 쥬토라는 양반은 그것마저 좋아한다. 참 이상하고, 막무가내에 오만하며, 매번 속을 긁긴 하지만 실은 정말 상처가 될 말은 하지 않는, 또 실은 제법 타인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상하게도, 재미있었다. 더구나 매번 나보고 애같다고 하니 일단 반박은 해 보는데, 사실 애 취급이 나쁘지만도 않다. 어릴 때는 늘 어른 취급을 받았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처음 그와 끌어안은 날 알아챘다. 나 사실은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구나.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은 아리스에게 그러한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쥬토는 아리스가 서툴든 말든, 일단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기대보라고 한다. 좀 짜증나게 구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사람은 내가 의지해도 된다고 말해 온다. 그래서 모르는 척 슬쩍 기대 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리스는 안다. 실은 이 남자도 가벼운 목적으로 접근했음을. 하지만 그는 그것을 꽤 예쁘게 잘 포장할 줄 알았고, 단계와 선을 알았으며, 서툴지만 조금씩 진심을 내보일 줄 알게 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괜찮았다. 둘 다 서툰 사람이라면 차라리 잘 됐어.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스는 조금 어색한 동작으로, 오늘도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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